행복한 농어촌, 함께하는 KRC

활기차고 행복한 농어촌을 만듭니다. 농업분야 ESG를 선도하는 글로벌 공기업 KRC

농어촌에 풍덩

[청촌기록]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 시골에서 카페하는 남자, 이종효 씨

농이터 2021. 4. 28. 16:11

 

[청​록]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

 


 

​시골에서 카페하는 남자, 이종효 씨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馬)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흔히 들곤 했던 말입니다. 서울에 가야 기회가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청년들에게 서울은 동경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곳은 행복을 보장할까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가치를 추구하고 똑같은 조건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듯, 성공의 방정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개성 넘치는 시도가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서울에 다양한 기회가 있듯 농촌에도 무궁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옥천군 안내면의 한적한 시골카페 토닥, 이곳 역시 시골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만들어가는 무대입니다.

 

 

 

 

나는 왜 다시 돌아왔을까?


옥천IC를 나와 속리산·보은 방면으로 20분 남짓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마을 어귀 카페 하나가 보입니다. 얼마 전 매스컴에도 소개되며 지역의 명소가 된 ‘카페 토닥’. 하지만 오해는 금물입니다. 도시인들이 드라이브 삼아 방문하고, SNS 감성사진의 배경이 되는 도시 근교 전망 좋은 카페와는 결이 다릅니다. 마을 주민들이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시원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생활밀착형 공간입니다.

 

토닥의 사장 이종효 씨는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 ‘틸틸’과 ‘미틸’처럼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진정한 행복을 찾은 귀촌인입니다. 그가 인구도 적은 시골마을에 카페 문을 연 사연을 들어 볼까요?

 

 

 

 

 

 

 

 

 

 

 

 

 

 

 

 

 

 

 

 

무대미술 일은 재미있었어요.

하고 싶었던 일이라 성취감도 컸고요. 월급을 받아도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을 했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일했어요. 열정인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새벽에 출근했다 한밤 중 퇴근해 고시원 침대에 누우면 마치 관에 누운 것처럼 답답하고 힘들었어요. 언젠가부터 이런 찌든 모습이 내가 진짜 원했던 삶일까? 의문이 들었어요.”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던 종효 씨는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엔 더 큰 세상을 꿈꾸며 서울로 향했고, 꿈을 좆아 치열하게 일하며 성공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데도 행복하지가 않았습니다.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극도로 쌓여 번아웃(burnout) 상태가 됐지만 쳇바퀴 같은 삶은 멈출 순 없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꽤 규모가 컸는데요. 일을 마치고 휴가가 주어졌어요. 그는 며칠 쉴 생각에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처음 서울에 갈 때처럼 작은 배낭 하나 메고요.

 

 

 

 

 

 

 

"집에 왔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창문을 열면 금강이 반짝이며 흐르고,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만 들어도 행복한 거예요."

 

 

바로 다시 서울로 올라갈 계획이었지만, 고향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아 계획했던 휴식은 며칠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은 금세 1년이 되었습니다. 고향에서 자연의 에너지를 충전한 종효 씨는 처음으로 시골에서의 삶을 고민했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지만 농촌에서 미래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거든요. 처음엔 아버지의 딸기농사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마침 부모님도 종효 씨가 함께 농사를 지었으면 하는 기색을 보이셨죠.

 

 

“농사를 시작한 뒤 이상하게 몸이 아팠어요. 알고 보니 딸기잎 알레르기였죠. 딸기를 좋아해 평소 많이 먹었지만, 딸기 잎을 직접 만질 일은 거의 없다 보니 알레르기가 있는 줄 몰랐던 거죠”

딸기농사로 귀농을 생각했던 종효 씨의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다 직접 농사를 짓는 것만이 아닌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도 농업이라 생각했죠. 부모님이 수확한 딸기를 판매하고 딸기를 재료로 다양한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또 취미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을 만큼 커피를 좋아했지만, 옥천에 내려온 후 커피를 마시려면 20~30분 거리의 옥천 번화가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아쉬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시골카페를 생각하고 상권을 분석하니 그가 사는 마을은 물론 앞마을 옆마을 주변 마을 모두 카페가 전무했습니다. 카페 창업을 결심한 종효 씨는 망설이지 않고 마을 인근 상가를 임대했습니다. 보증금 100만 원, 월세 15만 원, 내부 수리와 집기류 구입 등 총 500만 원을 투자해 카페 문을 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쉼과 소통의 '사랑방'


 

 

 

 

 

 

 

카페 창업이 처음이고 누구에게 배울 곳도 없어서 처음에는 메뉴도 딸기주스와 드립커피 두 개로 단출했어요.

 

시간이 지나며 고객들이 ‘카페라떼’는 없는지, ‘프라푸치노’도 할 수 있는지 물어 보셔서 맥심 쉐이크와 메론사이다 같은 신메뉴를 조금씩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종효 씨는 이 모든 것이 시골이어서 가능하다며 환하게 웃습니다. 도시처럼 요식업계의 유행이 빠르게 바뀌지 않기에 고객이 ‘이게 먹어 보고 싶은데’라고 얘기하면 차근히 레시피를 연구하고 메뉴로 선보여도 좋아해주셨다고 해요. 카페는 농사와 달리 비수기가 없습니다. 농번기에는 피로회복과 당 충전에 효과 만점인 ‘맥심 쉐이크’가 인기이고, 딸기가 제철인 겨울에는 딸기음료의 판매가 급증합니다. 이곳은 단순히 그의 사업장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자신과 카페가 지역공동체의 일원인 만큼 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지역공동체사회 건설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중단된 상태이지만, 서울에서 일했던 무대미술 경험을 살려 모교인 옥천 안내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마을 벽화그리기 활동을 하며 보람이 컸어요.”

종효 씨는 지난해 지역 행복교육사업을 통해 초등학생들과 함께 고향 안내면의 전래동화 ‘능검이’ 이야기를 마을벽화로 재구성했습니다. 또 옥천 지역의 청년모임을 통해 청소년 기본소득이라는 의제로 청소년이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봉사단체 활동에도 참여하는데요. 땅을 빌려 일 년 동안 쌀농사를 짓고, 수확물을 독거노인과 저소득 층 가정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 속 혼자인 도시 생활보다, 이웃과 함께하는 이곳의 생활이 자신과 잘 맞다고 이야기 합니다.

 

 

 

 

 

 

 

유튜브로 농촌의 진솔한

모습을 알리는 징검다리


“시골에 가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편견이 큰 것 같아요. 목수, 회계사, 교육가 등 농사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다 서울, 수도권만 생각하고 지역을 떠나다 보니 시골에는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는 분야가 정말 많거든요.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교통이 발달돼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시공간 제약 없이 일할 수도 있고요.”

종효 씨는 많은 청년들에게 시골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도 앞장섭니다. 그에게 옥천은 행복의 땅 그 자체인 만큼 ‘카페 토닥’을 통해 ‘시골에서의 삶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다양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토닥과 같은 형태의 가게들을 조금 더 많이 만들어서 청년들의 일자리도 창출에도 기여하고 싶은 포부도 갖고 있습니다.

 

 

 

 

 

 

 

“시골의 단점도 분명 있죠. 의료시설과 문화시설이 멀고요. 막연히 시골의 여유로운 삶과 자연환경에 로망을 갖고 귀농·귀촌을 하면 실망이 클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매일 아침 모르는 사람과 부딪히며 시작하는 출근길 전쟁에서 해방돼 주체적이고 건강한 삶을 실천할 수 있어요. 앞 만보고 달리며 놓치고 살았던 삶의 의미를 찾고 채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요.”

 

그는 농촌의 삶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지자체에서 하는 일 년 살기’ 프로그램 등을 추천합니다.

 

자신이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시골이 정말 자기가 생각했던 곳이 맞는지 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거든요. 현재 종효 씨는 고향친구 권현우 씨와 ‘토닥 2호점’을 준비 중입니다. 종효 씨의 귀촌 모습을 지켜 본 현우 씨 역시 뒤늦게 꿈을 찾고 또 다른 토닥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한편 종효 씨는 카페를 운영하는 동시에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채널 ‘카페토닥이야기’를 통해 막연하게 시골 생활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농촌의 진솔한 삶과 다양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죠. 실제 유튜브를 보고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들도 꽤 있는데요. 몇 달전 그와 부부의 연을 맺은 아내 김수진씨도 유튜브를 보고 호기심에 카페를 방문했던 손님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종효 씨가 옥천에서 파랑새를 찾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겠죠?

 

 


 

 

2021년 봄.

종효 씨의 행복찾기처럼 농촌이 떠나는 곳이 아닌

청춘의 열정으로 다시금 북적이는 가능성이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