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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꿀 한 스푼

[✍️장터 에세이] 영덕울진지사 이상범 차장의 추억 송송, 이야기 한 스푼

농이터 2021. 3. 9. 10:05

 

 

 

 

#흥해우시장 #포항토박이

 

영덕울진지사 이상범 차장

추억 송송, 이야기 한 스푼

 

 

 

 

어릴 적 우리 집은 를 키웠다.

 

흥해시장에는 牛시장이 있어서,

매년 우리 아버지는 흥해시장에 나가 송아지를 팔았다.

 

아버지는 송아지를 팔 때 어미소를 함께 데리고 다녔고

할 일이 없던 나도 자주 아버지를 따라 시장 나들이를 다녀왔다.

 

 

 

 

소장수와 가격 흥정이 잘 되면 아버지는 송아지를 떼어놓고 어미소만 데리고 오셨다.

 

물론 송아지만 떼어놓고 돌아서면 난리가 난다.

송아지는 어미소에게 가려고 발버둥을 피우고,

어미소는 발길을 떼지 않으려고 버틴다.

 

한두 번도 아닌 연례행사지만 어미소는 매번 슬피 울었다.

 

 

 

 

송아지를 팔고 온 날이면 어미소는 집에 와서도 계속 울었다.

 

국민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오면 어미소를 데리고 풀을 먹이러 산과 들로 나가는 것이 내 일과였다.

하지만 새끼를 팔고 온 날이면 어미소는 풀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들판에 서서 새끼를 팔고 온 흥해시장을 바라보며 연신 울어댄다.

 

 

 

 

"야, 너 이렇게 안 먹으면 굶어 죽는다!"

 

나는 괜스레 소에게 한 마디 하고는 코뚜레를 잡고 억지로 풀을 먹였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 보면 나도 지쳐서 풀을 엮어 소를 매어놓곤 했다.

 

어느 날, 울다가 먹다가 하는 소를 묶어두고 풀밭에 누워

팔려간 송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상범아!"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소치기 친구들이었다.

난 친구들과 함께 멱도 감고 한참을 놀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소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어미소는 풀을 통째로 뽑아서 흥해시장으로 달려간 것이었다.

 

 

 

 

난 엉엉 울면서 소를 찾아다녔고, 소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해가 지도록 집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외양간에서 어미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보니, 고등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형이

흥해시장으로 마구 달려가는 우리 소를 보고는 잡아서 온 것이었다.

 

 

 

 

흥해는 들이 넓고 기름져 이 유명하지만 맛 좋은 미꾸라지도 많이 난다.

흥해시장에서는 미꾸라지를 넣어서 끓인 추어탕을 판다.

 

지역 농수산물의 참맛을 볼 수 있는 나의 고향 흥해시장.

 

호미곶, 영일대 같은 볼거리도 많아 한 번 방문하다면

여러분의 기억 속에도 즐거운 추억 하나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