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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칠석! 견우와 직녀는 왜 칠석에 만날까?

농이터 2019. 8. 7. 13:17

명절로 정해져 있는 날은 아니지만 단오나 동지, 대보름처럼 예부터 전해 온 풍속들을 기억하고 지키는 날들이 있습니다. 음력 칠월 칠 일인 오늘, 칠석도 그중 하나인데요. 아쉽게도 견우와 직녀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와 그 때문에 비가 온다는 속설 말고는 대부분의 풍속들이 잊혀 가고 있습니다. 1년에 단 한 번 칠석에만 만나는 견우와 직녀의 사연부터 칠석에 지켜온 풍속과 즐겨 먹던 음식까지! 칠석의 모든 것을 알려 드릴게요~ ‘_^



- ‘칠석’은 어떤 날일까요?



(출처: 위키피디아)


하늘에서 소를 돌보는 목동이었던 견우와 베를 짜는 선녀였던 직녀, 둘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매일매일 사랑 놀음을 하느라 서로 해야 할 일은 뒷전이었죠. 결국 둘의 태만함이 옥황상제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맙니다. 옥황상제는 크게 화를 내며 견우는 은하수 동쪽으로, 직녀는 은하수 서쪽으로 보내 따로 살게 만듭니다. 그리고 1년에 딱 한 번만 만날 수 있도록 해주었죠. 


둘은 약속한 날이 되어 서로를 만나러 가려 했지만, 아득한 은하수가 가로막혀 그리운 연인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들의 안타까움이 날짐승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요? 어디선가 까마귀와 까치들이 날아와 다리를 놓아 주었고, 견우와 직녀는 새들이 만들어 준 오작교 위에서 눈물의 재회를 합니다. 이들이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이 바로 음력 7월 7일, 오늘날의 칠석이 되었습니다. 


이 설화는 별자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독수리 별자리의 알타이르(Altair) 별과 거문고 별자리의 베가(Vega) 별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에 있는데, 칠석 무렵 천장 부근에서 보입니다. 마치 별들이 1년에 한 번씩 다가가 만나는 것처럼 보이죠. 아마도 견우와 직녀는 우주적 스케일의 장거리 연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 날을 중요한 명절 중 하나로 보냈는데요. 그러다 보니 칠석이라는 이름 말고도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별자리와 연관이 있는 ‘칠성 날’이나 꼼비기 날, 농현 등이 그 이름입니다. 이 외에 지역마다 경북 북부 지방에서는 ‘풋구’, 경북 문경에서는 ‘호미씻이’, 구미 선산에서는 ‘꼼비기, 전북 군산에서는 ‘호미걸이’ 등으로 불렀는데요. 이렇게 지역마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입에서 입으로 전하며 저마다의 칠석날을 보내왔습니다!



- ‘칠석’의 역사는 언제부터였을까?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칠석은 옛 고구려 벽화에도 칠석과 관련된 그림이 있을 정도로,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칠석의 유래는 중국 한대의 ‘걸교’라는 풍속이 전해지면서부터 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걸교는 칠석날 밤 궁중이나 민가의 여자들이 마당에 바느질감과 과일을 차려 놓고 직녀성에게 바느질 솜씨가 늘도록 해달라고 빌던 풍속인데요.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져, 칠석날 새벽에 참외나 오이 등의 초과류를 놓고 절을 하면서 길쌈 실력이 늘기를 비는 풍속이 생겼습니다. 잠시 뒤에 상을 보아 음식 위에 거미줄이 쳐져 있으면, 선녀가 소원을 들어 주어 길쌈 솜씨가 늘 것이라고 여겼다고 합니다. 기후나 환경이 비슷해 농사와 길쌈을 중요하게 여기던 배경이 있어 이렇게 유사한 명절과 풍속이 전해진 것이겠죠?



- ‘칠석’의 풍습은?



1년 만에 만난 연인이라면, 그간의 그리움과 반가움이 몰려와 눈물을 흘리게 될 텐데요. 실제로 칠석날은 비가 자주 내렸고 이날 내리는 비를 ‘칠석우’라고 불렀습니다. 아침에 비가 내리면 다시 만난 견우와 직녀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생각해 풍년이 든다고 여기기도 했죠. 반면 밤이나 이튿날 아침에 비가 내리면 다시 1년간 떨어져야 하는 견우와 직녀가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즈음은 장마가 지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데요. 수증기가 많이 발생하는 데다 대기가 불안정하다 보니 비가 내리는 일이 많았던 것을 견우와 직녀의 눈물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칠석우를 ‘약물’이라고 해서 계곡이나 약수터를 찾아 몸을 씻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다 잠깐 해가 비치면 여름 동안 습기를 먹은 옷과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도 했고, 밤에 지붕에 밥을 올려 두어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죠. 앞서 설명한 직녀성에 제를 올리는 ‘걸교(乞巧)’ 외에, 칠석제, 용왕제, 시암제 등의 큰 제사를 드리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한 우리 민족답게 춤과 노래에 술과 안주를 곁들여 신나는 놀이 판을 벌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칠석의 음식으로는 밀전병과 밀국수가 있는데요. 비가 오니 자연히 부침개가 떠오르기도 했겠지만, 칠석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밀가루에서 냄새가 난다고 해 칠석날 밀을 사용한 음식을 많이 먹었습니다. 또한 호박 부꾸미와 복숭아화채 등 수분과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먹으며 늦더위를 이겨냈습니다.



- 나라마다 다른 ‘칠석’의 풍경은?



가까운 일본에서도 칠석을 중요한 명절의 하나로 지키는데요. 우리나라나 중국과는 달리 음력이 아닌 양력 7월 7일을 칠석으로 지냅니다. 대나무에 ‘다나바타’라는 색종이 장식을 달아놓는데, 다나는 선반, 바타는 베틀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음양오행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색의 색종이에 소원을 적어 놓으면 이뤄진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베틀을 다루는 직녀성에 길쌈 솜씨가 늘도록 비는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점이 있죠? 대나무를 쓰는 것에는 번식력이 강하고 추위와 더위를 잘 견디는 대나무가 인간에게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주술적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한편 중국에서는 칠석을 제1진 국가무형문화재 유산명록에 등록하고 중요한 전통 명절로 지킵니다. 특히 연인들의 날로 인식되고 있어서 영화관이나 식당, 꽃집 등에서 다양한 행사를 합니다. 소의 뿔에 들꽃을 걸어 주거나, 여성들이 직녀의 보호를 기대하며 샘물과 강물에 머리를 감는 풍속도 있어요. 


중국 민남지역과 대만에서는 칠석이 아이들을 보호해주는 ‘칠낭마’의 탄신일입니다. 칠낭마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손톱에 물을 들이거나 책과 옷을 햇볕에 말리는 등, 우리나라와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한 여러 세시풍속을 다양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칠석에는 견우와 직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말고도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는데요. 이제는 칠석의 풍속이 거의 지켜지고 있지 않아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 보거나, 직녀성에 소원을 빌어 보거나, 깨끗하게 목욕재계도 해보면서, 칠석의 의미를 나름대로 만들어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