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잇템❓ 어잇템❓
선조들의 넋이 남아있는, 신뢰의 상징
가래
전형적인 농경민족인 우리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농기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의 농경생활을 도와주었던 농기구들이 기술의 발달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요. 지금은 보기 힘든 농기구, 가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농기구
가래는 땅을 고르고 도랑을 치며 둑을 깎거나 쌓고 흙을 떠서 옮기는 기구입니다. ‘가래’라는 이름은 덩어리를 부수어서 가루로 만든다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해요. 얼핏 보기에는 그냥 기다란 삽처럼 생겼지만, 가래는 혼자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 명, 다섯 명, 혹은 일곱 명도 사용이 가능한 다용도 기구였습니다.
말굽쇠 모양의 날을 끼운 넓적한 몸에 2~3m 정도의 긴 자루를 박고, 양쪽에 구멍을 뚫어 대체로 자루와 비슷한 길이의 줄을 맨 형태인데요. 한 사람이 자루를 잡고 흙을 떠서 밀면 양쪽에서 줄꾼 두 사람이 줄을 당기는 형식으로 사용했어요. 줄꾼이 두 명인 것이 일반적이지만, 크기가 큰 것은 줄꾼 6명이 당기기도 했던 기구입니다.
청동기부터 사용한 유서 깊은 농기구
이미 통일신라시대의 기록에 가래를 사용했다는 내용이 있어 고대부터 사용한 농기구로 짐작되는데요. 후기 신석기시대, 초기 청동기시대 유적에서도 가래의 형태를 한 쇠붙이가 나온 바 있습니다. 가래가 처음 언급된 문헌은 <훈몽자회(訓蒙字會)>라는 책이에요. 여기서 ‘杴은 가래 험으로 흔히 넉가래라고 부르며, 쇠날을 박은 것은 쇠가래라고 한다.’ 라는 기사가 나오죠. 이후 <훈민정음해례>나 <해동농서(海東農書)> 등에 가래의 모양과 쓰임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한 사람이 장부를 잡고 줄꾼 두 명을 두는 가래는 세손목한카래라고 부르며 장부잡이 하나와 줄꾼 여섯이 붙는 것은 일곱목한카래, 혹은 칠목카래라고 부르죠. 가래 둘을 하나로 묶어서 10명이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쌍가래, 혹은 열목카래라고 불렀어요. 이 외에도 지역별로 낭갈래죽, 줄갈래죽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농기구가 가래입니다.
나라별,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가래의 모습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활발히 쓰인 농기구이지만, 중국과 한국, 일본의 토양 질이나 단단함 등이 다른 만큼, 가래의 모양과 쓰임도 달랐습니다. 중국의 가래는 삽에 가까운 형태이고, 일본의 것은 줄을 굽은 나무로 대신한 형태이죠. 세 나라의 가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지만, 그중 으뜸은 우리의 것이었다고 해요.
가래는 혼자서는 파거나 옮기기 힘든 땅, 흙을 여러 명이 협동해 처리하는 데 활용한 도구입니다. 가래를 이용한 활동은 가래질이라고 하는데요. 예부터 농부의 일 중 가장 힘들다는 한탄 섞인 기록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수월하게 일을 하려면 손발도 맞아야 하고, 사람도 많이 필요했기에 가래질은 신중하게 이뤄지곤 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남자 세 사람이 가래를 사용하면 하루에 600여 평의 진흙 밭을 고를 수 있었다고 해요. 워낙 힘든 일이어서 가래를 하면서 노동요를 부르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가래에 평생 농사에 매진한 농부들의 넋이 새겨진다고 여겨서 가래를 신령스러운 기물 취급을 하는 곳도 있었죠.
가래는 우리 선조들이 필요에 의해 만든, 협동을 통해 사용하는 농기구입니다.
혼자서 활용하기 힘든 농기구인 만큼 품앗이, 두레와 마찬가지로
협동, 신뢰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농잇템이네요.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의 농기구, 가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20065&cid=42961&categoryId=42961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가래
https://folkency.nfm.go.kr/kr/topic/detail/8215
위키백과, 가래
https://ko.wikipedia.org/wiki/%EA%B0%80%EB%9E%98_(%EB%86%8D%EA%B8%B0%EA%B5%AC)
e뮤지엄, 가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217538&cid=51293&categoryId=5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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