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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ER's DIARY #3, 포도나무 이야기

농이터 2020. 7. 24. 14:00

 

FARMER's DIARY #3


바리스타커피농부의 포도나무 이야기.

엄기용 대표

 

 

포도나무를 심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커피나무 이외에 나머지 공간엔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이 지역이 운악산 비가림 포도 단지임을

알게 되었어요.

 

귀농·귀촌 후 마을 주변에서

주로 키우고 있는 작물을 선택하면

농사 기술도 빨리 배울 수 있고,

또 협력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기에

심게 되었죠.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나무는 한번 심어놓으면 가꿔서

열매를 따고 이듬해 또 열매를

수확할 수 있어 일이 별로 없을 거로

생각했어요.

 

물론, 저만의 큰 착각이었죠.

 

알고 보니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일이

포도나무 농사였더라고요 ^^

 

 

포도나무가 자라는 과정이 궁금해요!


 

우리 체험농장에 있는 포도는

캠벨 얼리라는 품종인데요.

 

추위에 강한 품종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포도나무예요.

 

포도나무는 꺾꽂이*가 가능해서

가지를 잘라 3월 말이나 4월쯤에

땅에 묻고 물을 주면

뿌리가 나고 싹이 자라서

첫해에는 원줄기*를 키워요.

 

*꺾꽃이 : 식물의 가지나 잎을 잘라낸 후 다시 심는 방식

*원줄기 : 가장 먼저 발생한 줄기

 

 

 

이듬해부터는 포도알이 맺히는

결과지*를 키워 나가야 하는데,

 

두 번째 해에 나오는 결과지

한두 개 정도는 되도록 열매를 다 잘라줘요.

잘라주지 않으면 영양분이 다 열매로 가

나무가 몸을 키우지 못하기 때문이죠.

 

세 번째 해부터는 원줄기 한마디 한마디씩

싹이 나오고 결과지에 포도송이가

두 개씩 열려요.

 

*결과지 : 열매가 열리는 가지

 

 

 

 

5월 중순부터 말까지

꽃이 폈다 진 후 열매가 맺히고

7월 초가 되면 2/3 정도 커져요.

 

이때 알이 빽빽하게 커진 포도송이가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요.

 

이를 알 솎기라 해요.

 

포도알이 빽빽하게 자라면 보기에는 좋지만,

맛이 없고, 골고루 익지 않을뿐더러,

포도알이 터지기도 해서

알이 균일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알 솎기를 해줘요.

 

알 솎기 후 소독하고

봉지를 씌운 다음 9월 중순쯤

다 익은 포도 열매를 확인하고 판매를 하죠.

 

 

포도농사를 지을 때 사장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호밀을 사용해 자연순환 농법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해요.

 

호밀은 땅속으로 뿌리가 60cm까지

파고 들어가서 그 뿌리를 통해

땅속에 공기와 산소를 공급하고

거름 성분, 퇴비 성분 등의 양분을

밑까지 전달해 포도나무를 건강하게 해주죠.

 

또한, 커피 찌꺼기, 쌀겨,

깻묵, 유박 등을 섞은 후

발효시켜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포도농사를 지으며 겪은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귀농 후 2015년 첫 포도농사가

잘 되니 주변 분들의 칭찬에

어깨가 우쭐해졌죠.

 

2016년도 체험농장 개장을 앞두고

모든 포도나무에 싹이 나와야 할 시기인

4월 말에 10그루만 싹이 조금 나오더라고요.

 

알고 보니 포도나무가 추워서

다 얼어죽었던 거죠.

 

 

그래서 포도나무 전문가에게 알아봤더니

 

"다 그런거에요. 그럴 수 있어요.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농부가 되는 거예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위안을 얻어

포도나무 전체를 다시 심었어요.

덕분에 월동 관리 공부도 많이 했죠.

 

 

사장님께 포도 농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일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고

포도나무를 선택했지만,

손이 많이 가는 농사라

늘 일손도 부족하고 힘들긴 해요.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꽃이 떨어지고

풍성하게 열매가 자라는 포도나무를 보면

즐거움을 느끼죠.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위안을 얻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