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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FAO아태총회에 다녀와서

농이터 2010. 11. 9. 14:49

 

[전망대]

FAO 에 다녀와서

 

 

 

 

 

 

 

 

 

 

 

 

김병호 | 매일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높아진 한국의 위상


지난달 말 경주에서 열린 제 30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아시아, 태평양 각료회의 행사에 다녀왔다. 한국으로서는 지난 1966년 이 행사를 개최한지 44년만에 또한차례 개최한 것인데, 반세기 가까운 기간동안 한국의 위상은 크게 달라져있었다. 식량자급이 절실했던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이제는 세계 각국이 한국의 지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위치로 올라선 것이다.

30여개국이 넘는 아태지역 대표단이 이번 경주회의에 참석한 것도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감안해 우리나라로부터 많은 기술원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수석대표로 참석한 프레도 세라노 농무부차관은 한국과 농어업 분야에서 협력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경주에 내려간 농식품부 기자단과 간담회까지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한국 농업이 짧은기간에 생산성 향상과 고품질 제품 개발 등 도약적 발전을 이룬데 대해 큰 교훈을 받았다”며“필리핀의 농업 인프라스트럭처를 개발하는데 한국의 기술과 자본을 들여오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필리핀은 만성적인 식량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해충, 질병 관리 등의 측면에서 한국의 도움을 원한다”면서“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농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각료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끈 인사는 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의 자크 디우프(73) FAO 사무총장이었다. 그는 1994년부터 FAO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세계 식량농업계의 최고 거물로 통한다. 그 역시 전세계가 안고있는 식량부족 사태를 해결하는데 있어 한국의 역할에 대해 기대감이 컸다. 한국의 기술과 경험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전세계가 직면한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하다는 것이다. 그는“빈농국에서 농업강국으로 변신한 한국이 전세계 각국에 성공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한국이 올해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으로서 농업분야에 할당하는 자금도 많이 늘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의 리더쉽 기대


 전세계 농업분야에서 그동안 한국이 해온 역할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지난해 이탈리아 라퀼라 G8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 곡물가격 안정과 개도국 식량안보 해결을 강조한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올해 G20 의장국으로서 전세계 식량안보와 기아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국의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FAO 자료에 따르면 올해에만 전세
계에 9억2500만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FAO는 전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식량 생산을 70%, 개도국에서는 지금보다 2배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산목표치를 달성하는데 있어 FAO는 한국처럼 과거 식량문제를 해결한 국가의 경험과 기술력을 전세계 각국에 확산시키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인도적 지원과 개발 협력 확대


 FAO 아태총회 개막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FAO가 한국에 대해 갖고있는 높은 기대에 부응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
서“오늘날 에너지안보와 식량안보는 21세기 인류 미래를 위협하는 긴급한 현안”이라고 지적한뒤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는 개
도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선진국은 개도국에 인도적 지원과 개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며“대한민국은 식량안보를 해결한 경험을 살려 현지에 적합한 맞춤형 기술과 인프라를 지원하는데 더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이 해야할 일은 전세계 개도국에 진출해서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해주고, 그 나라 현실에맞는 자립방법을 알려주는 일이 될 것이다. 개도국의 자립을 위해 중요한 것은 돈이나 쌀 같은 현물을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하도록 기술력을 전수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한국농어촌공사가 최근 농업 선진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데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농어촌공사의 역할 기대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를 비롯해 올해는 탄자니아 세네갈 카자흐스탄 등과 농업협력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 측은 그 배경에 대해 한국의 선진화 된 농업기술을 전수해줌으로써 이들 국가의 자립을 돕는 측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대외 위상을 높여 미래의 먹거리 실현에도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농어촌공사는 한국 농업의 국제화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1967년 베트남에 농업전문가를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베트남 야수프 다목적댐 개발(93년), 캄보디아 메콩강 델타 홍수조절계획(98년), 앙골라 농업현대화(2005년) 등 총 21개국에서 84개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최근에는 탄자니아 루피지강 유역 개발사업과 필리핀 MIC 복합단지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루피지강 유역 개발은 풍부한 수원을 이용해 벼 재배단지와 카사바, 옥수수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총 10만㏊ 가공수출단지를 조성해 국내 농산업 기업을 유치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앙골라 농업현대화사업에도 나서 최근 2단계인 급수관로, 영농 기반시설, 농민 지원시설 건설을 진행중이다.


 

 개도국들의 식량문제와 농업현대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농어촌공사의 역할은 앞으로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높은 기술과 경험을 원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디우프 사무총장이“전세계 기아 인구의 62.5%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돼있는데 한국과 같은 농업강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는 호소가 아태 지역총회를 계기로 보다 절박하게 들린다.

 

 

흙사랑물사랑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