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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항의 아침

농이터 2014. 1. 9. 14:48

 

가진항의 아침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동요 섬집아기입니다.

어린 시절, 무척이나 좋아했던 동요입니다. 가만가만 부를 때면 어쩐지 슬퍼지기도 하던 동요였지요.

 

 

 

 

 

밤새도록 철썩이는 파도소리는 마치 아기 울음 소리 같기도 하고 갈매기 울음 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 부르는 소리 같기도 하여 전전반측 뒤척이던 바닷가에서의 하룻밤

 

 

어쩌면 굴을 캐던 엄마는 파도소리가, 갈매기 울음 소리가,

재워놓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닐까 불안불안하였을터

 

 

육지에서 나고 육지에서 자라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짜기 분지에 사는 저로서는

섬집 아기의 엄마가 아닌데도

어쩌다 잠들게 되는 바닷가에서의 하룻밤이 마냥 편치만은 않습니다.

 

 

이리 누워도 파도소리 저리 누워도 파도소리

더이상 잠들기를 포기하고 차라리 해돋이를 보자고 일찌감치 나와서 바라본 바닷가

 

 

 

 

가만 있어도 시리디시린 날씨속에 바닷물 한가운데 여기저기서 푸우~푸우~

거친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해녀들이라네요.

 

 

이른 새벽부터 물질하러 들어가 문어며 해삼이며 전복이며 따올리는 해녀들

 

깊은 바닷물속에서 오랫동안 참았던 숨을 내뿜는 소리가

이른 아침

대기속에 멀리 멀리 퍼져나갑니다.

 

막혔던 제 숨통마저 탁 트이는듯 하지만 어쩐지 가슴 한구석으론 짠합니다.

 

 

누군가의 대학 학비가, 누군가의 한끼 따뜻한 밥술이, 누군가의 따뜻한 잠자리가 되었을 해녀들의 물질

한겨울엔 차라리 물속이 더 따뜻하다는 바닷가 지인의 말을 되살리며

애써 춥지 않겠거니 자위하지만,

이렇듯 싸늘한 공기에 두터운 옷으로 꽁꽁 싸고도 몸을 떠는데 왜 아니 춥겠나 싶어 도리질이 쳐집니다.

 

 

 


 

아침을 먹고 달려간 곳은 가진항

 

 

 

 

 

 

새벽 세시의 이른 새벽부터 조업을 나갔던 고기잡이 배들이 항구에 들어오는 시간입니다.

 

 

 

 

 

 

배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어부의 아내들이 그물을 당기고

그물에서 잡아온 물고기를 하나하나 떼어내고

그리고 망가진 그물을 손질하고 있습니다.

 

 

 

 

 

 

항구 전체를 통틀어 손을 녹일 수 있는 것이라야 작은 화덕에 피운 석탄불 하나

 

 

 

 

 

 

 

 

아침 아홉시 전후에 이루어지는 경매시간에 맞추려면 그나마도 미처 시린 손을 녹일 새도 없습니다.

 

 

 

 

 

 

함지 가득 잡혀온 녀석들은 복어처럼 생긴 도치들

일명 심퉁이, 삼식이라 불리우는 생선입니다.

 

 

 

 

 

 

건드리면 적을 위협할 듯 제 몸을 잔뜩 부풀리는 복어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부풀렸는지 도로 돌아눕지도 못합니다.

 

녀석의 살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지만, 무심히 지나는 저로서는 녀석의 능청스러움이 가소롭기만 합니다.

세상에나...

물고기에도 배꼽이 있네요.

배꼽은 포유동물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제 상식이 깨어지는 순간입니다.

 

 

 

 

 

 

또다른 배에는 도루묵만 잔뜩 잡혀왔습니다.

너무 많이 잡혀서 잡는 날도 이틀에 한번꼴로, 그리고 한번 잡을 때마다 그 어획량도 제한을 둘 정도로 많이 잡혀서 좋은 경매가를 받기란 애시당초 기대하기 어려워보입니다.

 

 

 

 

 

풍년이 되면 가격이 하락하고, 가격이 높으면 수확량이 딸리는 농부의 처지와 닮은 점이 있어 동병상련에 가슴이 아프네요.

 

 

 

 

 

 

그나마 광어, 우럭 등의 제법 돈 되는 고기를 잡은 어부들의 표정은 밝아보입니다.

 

 

 

 

 

 

이녀석들은 크기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지만

둘다 매운탕감으로 제격인 대구입니다.

 

이녀석들로 끓인 매운탕은 살이 퍽퍽하지 않고 쫄깃한게 국물이 정말 시원하지요.

아무래도 제 멘트에 술꾼냄새가 진하게 우러 나오네요.ㅎㅎ

 

 

 

 

 

 

간혹 경매에 나가지 못했던 생선들은 바닷바람을 쐬며 꾸덕하니 말라가고 있습니다.

우럭, 가자미, 도루묵,아구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차를 가져갔더라면 구입했을터인데...싶은데 버스타고 돌아와야 하는 길이라 엄두를 못 냈더니 함께 가셨던 일행이 몽땅 사셨습니다.

이슬이를 즐기시는 분이니 아마도 몇 날 며칠 이슬이 안주로는 꽤나 풍족할겝니다.

 

 

 

 

 

 

그물에 걸려 발이 떨어진 게들은 이곳에서도 대접을 못 받네요.

 

 

 

 

 

 

가진항구 한 구석에 비닐 하우스로 된 간이 막사가 있고

그 안에서 조업과 작업을 마친 어부들과 그 아내들이 뒤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홍천으로 돌아오는 차편을 물어보자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면서

들어와서 밥이라도 한술 뜨라며 거듭 권하십니다.

 

 

 

 

 

 

처음보는 나그네에게도 주저없이 밥술을 권하는 분들

안먹어도 먹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져옵니다.

 

이녀석도 주인을 닮아서인지 덩치는 엄청나게 큰 녀석이 순하디 순해서 아무에게나 꼬리를 흔들고 만져도 가만 있습니다.

 

 

- 이름이 뭐예요??

 

지나시는 분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릅니다.

 

- 털이 하애서 백구

- 순하디 순해서 순둥이

- 동네 똥개 이름 워리

 

제가 웃음을 터뜨렸더니 무안하신지 녀석을 쓰다듬으며 웃으십니다.

 

 

 

 

 

 

경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가진항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제 눈에 특이한게 눈에 띕니다.

 

 

 

 

 

 

냄비에서 건져낸 알 뭉치들

 

-이게 뭔가요? 여쭈었더니 도루묵 알 삶아놓은 거라네요.

먹어보라 하셔서 한 번 씹어보았습니다.

 

 

 

 

 

 

와~~

마치 껌을 씹는 듯한, 그러면서도 알 하나하나에 가득 담겨있던 고소한 액이 빠져나오고

알껍질만 남았습니다.

 

스폰지같기도 하고, 고무줄 같기도 하지만

씹는 재미와 알속의 단백질이 빠져나오는 그 맛이 제법 씹을만 합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드셔보라니까 아무도 안 드시네요.

 

지금은 이렇게 흔하디 흔한 도루묵이지만 예전에는 이 알 삶은 것을 바닷가 문구사에서 50원에 팔았답니다.학교끝나고 출출한 아이들이 이것을 사서 씹으며 집으로 가면 껌보다 더 맛난 주전부리였다고 하네요.

씹고 난 빈 알껍질을 푸우~하고 뱉어내면 사방으로 알알이 퍼져서 흩어질터이고

서로의 얼굴에 대고 쫒고 쫒기며 빈껍질을 뿜어대는 개구쟁이들의 유쾌한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조업을 마친 배 위에는 약삭빠른 갈매기들이 모여들어 미처 어부들이 회수하지 못한 물고기들을 신나게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그냥 풍경만 보면 참 고요하고 아름다운 항구의 풍경이네요.

 

 

 

 

 

 

잠시 후 수선거림과 함께 드디어 경매가 시작되었습니다.

 

 

 

 

 

 

맨 앞의 배에서 내려놓은 물고기들부터 차례대로 경매가 이루어집니다.

 

 

 

 

 

 

경매를 기다린 시간은 한시간 남짓

그러나 경매는 10분도 안걸려 순식간에 끝나버렸습니다.

 

 

 

 

 

 

경매하는 장면 구경하러 왔다니까 종이쪼가리 몇 장 나누어주는거 뭐 볼거 있냐고 하시던 어부의 아낙들

정말 종이쪼가리 몇 장이 그날 잡힌 고기들 위에 놓여지고

생각만큼 경매가가 안 나왔는지 다들 시무룩하십니다.

 

 

 

 

 

 

새벽 세시부터 나가서 한 조업,
생각보다 낮은 경매가에 속상한 어부의 아낙은 백구와 놀고 있는 애꿎은 서방탓만 합니다.

 

 

 

 


 

시리고 고단한 조업을 마치고 받는 아침밥상, 한 술 뜨라고 생전처음 보는 저에게까지 권하던 넉넉한 인심이었는데 낮은 경매가에 허탈해져오는 얼굴표정...

기름값도 나오지 않는다며 속상해 하십니다.

까맣게 바닷바람에 그을은 얼굴에서 삶의 고단함과 힘겨운 고비들을 보면서 괜한 불청객이 된건 아닌지...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옵니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녹록지않다는 것을 새삼 실감합니다......

 

 

 

 


 

저는 농부의 아낙으로서의 삶만이 힘겨운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 지켜본 어부의 아낙으로서의 삶은 농부의 아낙보다 몇 배나 더 고달파 보입니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쉬운 삶이 있겠습니까만은

그래도 목숨을 걸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삶이 그 차가운 얼굴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민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한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이름처럼 만선의 기쁨이 만복으로 이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경매가 끝난 물고기들은 인근 횟집으로 실려나가고

수런거리던 가진항의 아침은 다시금 고요속으로 접어듭니다.

 

 

그러나 어부의 아낙들은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서 그물을 잇겠지요.

시리디 시린 겨울 바람에 곱은 손을 채 녹이지도 못하면서 한코한코 잇고 있을 생명선들......

 

가진항을 떠나오면서 나중에 남편과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경매가보다 조금 더 나은 가격으로 물고기를 사 드리는 것 뿐.

 

그래서인지 며칠 전 장에 나온 도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기어이 한마리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도치는 버릴 것이 없습니다.

삼등분하여 팔팔 끓는 소금물에 넣고 삶아내면 껍질 부분의 분홍색 막같은 것이 슬슬 벗겨집니다.

 

 

 

 

 

 

흐르는 물에 한 번 헹구어서 먹을 만큼의 크기로 썰어주면 도치숙회 손질 끝

도치는 내장도 먹고 머리도 먹고 뼈도 먹고 알도 먹고 지느러미도 먹는,

그야말로 몽땅 다 먹는 물고기입니다.

 

이렇게 데쳐 낸 것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야채를 넣고 버무려서 무침을 하거나

묵은 김치와 함께 볶아 두루치기를 해도 좋고

역시 묵은김치를 넣고 끓여서 국물 시원한 도치 김치찌개로 드셔도 됩니다.

 

 

 

 

 

그리고 도치알은 따로 분류해서 네모난 그릇에 소금을 넣고 열두시간 정도 놓아두어 굳혔다가 면포를 깔고 쪄서 썰면 맛난 도치알찜이 되지요.

 

 

--도치 일명 심퉁이,뚝지, 멍청이, 멍텅구리 기타 등등 아귀,꼼치와 더불어 3대 못난이 생선으로 꼽히는 녀석이죠. 비타민 A와 비타민E가 많으며 노화방지와 시력보호에 좋고, 뼈째 먹으니 칼슘이 많아 뼈와 이의 발육에 좋다고 합니다. 또한 세균감염을 막아주고 손톱 갈라지는데에도 좋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항암 효과도 있다는데 전 무엇보다 비리지 않아서 좋더라구요.

 

 

손질도 요리법도 쉬운 도치

 

올 겨울이 가기 전에 도치 한마리 밥상에 올려보심 어떨까요?

바닷가 어민들도 돕고요.

 


한국농어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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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