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로운 섬이라 해서 진도(珍島)라 불리우는 전남 진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진도를 방문한 이후 일년만에 다시찾은 진도는 섬 곳곳으로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보물들이 쏟아져 나올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거제도 다음으로 세번째로 큰 섬이기도 합니다. 진도를 안내해주시는 해설사님은 제주도의 '도'자가 '섬 도'자가 아닌 '길 도'자라 진도가 섬으로는 두번째로 크다고 우스개 말씀을 하셨는데요, 듣고보면 그도 그럴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 말에 여수에서 돈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서 인물자랑하지 말며, 벌교에선 주먹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 진도에서는?? 4가지 자랑인 서화가무를 자랑하지 말라고 한답니다. 그만큼 진도에는 글과 그림, 노래와 춤이 일상적으로 어우러진 곳인데요. 그 이유는 진도가 고려시대부터 선비들의 유배지로서 자연스레 서화가무가 전해지게 되었다네요. 그런 연유로 진도에는 국가지정 중요무형 문화재와 전라남도 지정 무형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문화예술의 고장입니다.
진도개사업소
진도여행 첫번째 일정은 진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도개를 만나러 갔습니다. '돌아온 백구'로 유명한 진도개는 전 주인을 잊지 못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교육하기도 힘든 개라고 하는데요.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된 진도개는 균형잡힌 중간크기의 몸집으로, 이마는 넓고, 귀는 삼각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눈은 타원형으로 위로 살짝 올라간 형태를 띤 특징이 있다고 하네요.
진도개사업소에서 만난 진도개의 이름은 '강토'였습니다. 작년엔 젊은 민국이의 발빠르고 화려한 묘기
를 보았는데, 이번에 만난 강토는 나이를 조금 더 먹은 진도개였는데, 강토 나이는 4살로 사람 나이로 하면 30대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30대엔 사람으로 치면 혈기왕성한 시기이지만, 진도개에겐 힘이 부치기 시작하는 시기인가 봅니다.
장애물 묘기를 보일때마다 강토의 힘겨움이 엿보였기 때문인데요. 겨울 추위속에서 묘기를 선보이는 강토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저만이 느끼는 힘겨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강토는 조련사의 말에 따라 일어서기도 하고, 앉기도 하며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 주었는데요. 태극기를 게양할 때는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건한 마음을 불러 일으켜주기도 했고, 다리를 다쳐 절룩거리는 흉내를 낼땐 안쓰러움과 웃음이 교차하기도 했었네요.
신비의섬 모도
의신면 초사리 초평포구에서 배를 10여분 타고 신비의 섬 모도로 향했습니다. 모도에 들어서면 섬마을 답지않게 담장위로 그려진 벽화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요. 신비의 섬 모도가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모도 홍보를 위해 마을 담장위마다 그려넣은 벽화라고 합니다.
바닷길이 열리면 회동마을에서 걸어갈 수 있는 신비의 섬 모도는 전형적인 어촌마을로 톳과 전복, 다시마 양식을 주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도는 갈대의 일종인 띠가 섬 전체에 퍼져 있는 섬마을로 마을 뒷쪽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발아래로 굽어보이는 파란색과 주황색만으로 단장된 모도의 지붕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요. 그 풍경은 모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었습니다.
마을길 좁은 사잇길로 들어서 모도 분교를 지나 갈대길을 따라 모도를 한바퀴 둘러보았습니다. 모도분교에는 학생 3명이 다니고 있는 학교로, 섬마을 학교라고 하기엔 제법 큰 학교였지만, 학생수가 적음에 한쪽 마음이 짠하기도 했습니다.
모도를 한바퀴 가로질러 걷다보면 모도 가족공원과 만나게 됩니다. 해안가 한켠에 세워진 조각상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요. 회동마을에 홀로 남은 뽕할머니의 가족들이 뽕할머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듯한 동상처럼 보였습니다. 늠름한 남성 밑으로 소녀가 간절히 두손을 모으고 있는 조각상이 뽕할머니의 간절함과 일맥상통하는것처럼 보이기도 했네요.
진도 무형문화재전수관
진도 무형문화재전수관은 진도지역의 무형문화재를 알리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전수시설입니다. 전수관에서 진도아리랑을 배워보는 시간도 갖고, 국악체험하는 시간도 갖어 보았는데요. 진도아리랑의 창법은 목소리의 떨림과 꺽임이 중요한 키포인트인것 같습니다.
명창의 선창에 따라 흉내내며 애써 불러 보았지만, 따라하면 따라할 수록 목소리의 떨림은 커녕 이상한 리듬을 타게 되었네요. 우리가락인데, 참으로 따라 부르기 어려운 창법인것 같습니다.
진도아리랑을 배워보고, 신명나는 국악체험도 해보았습니다. 장단을 맞춰가며 북을 두둥 울려대는 체험이었는데, 이 또한 보는것 만큼 쉽지 않은 장단이었네요. 그럼에도 두눈과 두 귀를 쫑긋 세우며 열심히 따라 하는 일행들입니다.
조 도(하조도 등대)
둘째날 아침에는 팽목항에서 40여분 배를 타고 조도로 들어갔습니다.
조도는 1개읍과 6개면으로 이루어진 섬으로 인구는 3,00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섬을 둘러싸고 새떼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새 조'자를 써서 조도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해안가에 자리잡은 하조도 등대는 하얀색 등대로, 1909년 2월 조선총독부 체신국의 관리 아래 처음으로 불을 켰습니다.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른 장죽수도를 항해하는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불빛을 밝혀주는 등대는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등탑으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하조도등대 뒤쪽으로는 기암절벽위에 운림정이 우뚝 세워져 있습니다. 오르기전에는 꽤나 높아보이는 운림정이었지만, 막상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그닥 높지 않은 곳에 운림정이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운림정 정자는 들어 설 수 없게 막아져 있어 바로 앞 계단까지만 오를 수 있었네요.
조도면 신전 녹색어촌 체험마을(한옥마을)
전라남도에서 조성한 행복마을의 한 곳으로 조도면 신전마을이 한옥마을로 탈바꿈했습니다. 기존 신전마을 위쪽으로 자리한 한옥마을은 모래가 고운 신전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주변 관광지로는 100년전통의 하조도 등대와 관매도 8경의 관광지가 인접해 있는 마을입니다.
섬마을에 자리잡은 한옥마을은 빨강.파랑으로 채색된 기존 마을 지붕들과 낯설은 어울어짐을 이루었는데요.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안으로 조성된 마을이지만, 제 눈엔 어색하기만 했던 한옥마을이었네요.
새로이 단장한 한옥마을답게 한옥집들은 말끔하게 단장하고 있었는데요. 실제 집주인이 살고 있는 가정집으로 민박겸용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옥 민박이었습니다. 섬여행을 갔을때 숙박시설의 불쾌함을 겪어본 저였기에 깔끔한 한옥민박이 마음에 쏙 들기도 했지만, 조도의 섬 풍경을 생각하면 그리 반가운 마음만 들기엔 알 수 없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네요.
상조도 도리산전망대
상조도와 하조도를 연결하는 조도대교를 건너 상조도 도리산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절벽위의 해안가를 따라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야 했는데요. 바람이 어찌나 매서운지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였네요.
상조도 도리산전망대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로 맑은 날씨엔 제주도 한라산도 볼 수가 있는 곳입니다. 바다속에 작고 아담한 산들이 산봉우리를 치켜세우고 세워 진듯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조도는 교통편이 좋지 않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번쯤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섬입니다. 회색빛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높은산위에 피어오른 안개처럼 섬들이 연무에 깔린듯 보이기도 했네요. 내려다보고 있으면 천상에서 굽어보고 있는 듯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진도 진품명품관
전남 진도군에서 생산되는 진도 농수특산물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진도 명품관이 작년10월에 개관했습니다. 쌀과 지초를 원료로 빚은 진도의 전통주인 홍주를 비롯해 울금, 검정쌀, 대파, 구기자 등등 진도에서 생산되는 농수특산물을 명품관에서 만나볼 수가 있습니다.
진도에는 3가지 보물과 3가지 즐길거리가 있는데, 3가지 보물은 진도개와 구기자, 돌미역이고, 즐길거리는 진도아리랑과 홍주, 서화라고 하는데요. 보배로운 섬 진도의 보물중의 보물들도 진도명품관에서 구매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진도여행길에서 맛본 진도김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맛이었는데요. 굽지 않고 날김으로 먹어도 김 향기가 입안에 가득 퍼지는 기분좋은 맛이었습니다. 앞으로 '김'하면 진도김만 생각날 것 같네요. 진도 김맛에 반해 집으로 돌아오는길 파래김과 재래김을 한보따리씩 사오기도 했는데요. 먹으면 먹을수록 김의 풍부한 맛에 빠져드는 맛이었네요.
1박 2일로 떠난 진도여행은 진도를 대표하는 신비의 섬 모도와 150여개 섬들이 새떼처럼 펼쳐진 조도 중심의 여행이기도 했지만, 진도를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진도개도 만나보고, 우리나라 대표민요인 진도아리랑의 가락에 맞춰 흥겨운 시간도 갖어 보고, 진도 특산품인 홍주의 향과 맛에 취해 보기도 했습니다. 서화가무에 능한 문화예술의 고장 진도에 스쳐가듯 머물렀던 시간들이었지만, 보배로운 섬 진도의 풍류와 멋과 맛에 흠뻑 빠져 들었던 여행이었습니다.
2013년 4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동안 열리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와 더불어 설레임이 있는 신비의 바다 진도로 많은 분들이 다녀갔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다녀가면 진도여행의 매력에 푸욱 빠져드실거라 믿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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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