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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촌 사이의 농촌, 이현마을 걷기

농이터 2011. 9. 9. 11:00

아파트촌 사이의 농촌, 이현마을 걷기

 

 

 

 

 

제가 사는 집은 용인시 어느 곳에 위치한 아파트입니다. 그러나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창문만 열면 시골 촌락의 모습이 펼쳐지고,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뒤켠에는 온갖 작물이 자라나는 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처음에는 교통도 불편하고 무엇하나 갖춰진 것이 없었기에 싫었지만, 요즘에는 난개발로 얼룩지고 있는 용인-특히 분당과 인접한 곳-에서 모내기부터 벼가 고개를 숙일 때까지의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이 곳이 좋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단지 옆에 형성된 군락은 '이현마을'입니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왼쪽에 위치해있으며 오른쪽에는 '소실마을'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농촌의 모습을 간직한 곳은 아무래도 이현마을이 아닐까 싶어요.

 

비닐하우스에서 어떤 작물이 자라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높은 곳에서 벼가 너울거리는 모습과 자연의 색이 변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기에 제 집은 참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웬만한 초등학교 수준의 유치원도 생겼고, 그 뒷편으로는 어마어마하게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교회가 한창 공사 중입니다.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모습이 참 좋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곳도 이젠 개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나 봅니다.

 

 

 

 

그래도 이현마을에는 아직까지 농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작정하고 이 마을길을 걸어본 적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는데, 때마침 한 아저씨께서 탈탈거리는 농기계를 붙들고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셨어요. 저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생활했기에 저 농기계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저 밭에서 자라는 작물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모릅니다. 그러나 저도 풀내음을 맡을 줄 알고, 아직은 더운 가을바람을 만끽할 줄도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편안해진 발걸음이 보란듯이 이를 증명했답니다.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나면 이런 원두막에서 휴식을 취하시나 봅니다. 저 선풍기를 돌릴 전기를 어디서 끌어오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마저 이 모습을 정겹게 만들어줍니다. 언제나 마을버스를 타고 스쳐지나갈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걸어오면서 보니 시원한 수박 한 조각 베어물고 싶어지더군요.

 

 

 

 

조금만 마을길을 더 걸어가다보면 이렇게 탁 트인 논밭이 나옵니다. 한쪽에서는 역시나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작물이 초록빛을 뿜어내며 자라고 있습니다. 저 멀리에는 집에서 내려다보던 모습이 보입니다. 한껏 고개숙인 벼는 곧 수확되어 맛있는 쌀이 되겠지요. 제 짤막한 지식이 맞다면, 저기 보이는 황토색 땅은 지력(地力)을 회복하기 위해 경작을 하지 않는 휴경지로 보입니다.

 

 

 

 

가까이 가보니 서서히 고개숙인 벼들이 보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제가 봤을 때 이 녀석들은 아직 덜 익었나봅니다.

 

 

 

 

이게 옥수수였나요? 오래 전 금강 근처에서 친구들과 놀 때, 주변에 보이던 옥수수를 두어 개 서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서리를 하기엔 너무 밝은 대낮인데다가 걸렸다간 크게 혼날 것만 같아 입맛만 다셨네요. 저 뒤로 보이는 또 다른 아파트의 모습이 조금은 부자연스럽기도 합니다. 꼭 아파트단지 주민들을 위한 주말농장 혹은 텃밭의 느낌이 살짝 났거든요. 하지만 이곳도 엄연히 이현마을의 어느 주민 분이 가꾸고 계시는 밭이랍니다.

 

 

 

 

사실, 걸어보면 이현마을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수시로 마을길을 헤집고 다니는 공사차량 때문에 이곳이 정말 시골농촌인건지 아니면 '이제 막 개발 중인' 낙후지역인지 구분이 가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을 주민들은 모내기를 하고, 고추나 파 등의 작물을 가꾸고 계십니다. 내리쬐는 태양 탓인지 아니면 한바탕 일하고 잠시 쉬고 있을 때여서 그랬는지 아쉽게도 같은 길을 걷는 주민 분은 볼 수 없었습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는 그렇게도 자주 보이시던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도 안 보이시더라구요.

 

아쉽지만 언젠가 오늘처럼 맑고 청명한 날에 다시 이 길을 걸어가며,

 

원두막에서 담소를 나누고 계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공사차량과 먼지들은 사양할게요.^^

 

 

한국농어촌공사

네티즌 홍보대

남 택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