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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농수산물도매시장 24시

농이터 2011. 9. 12. 09:00

현장취재 |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시끌벅적함 속에 느끼는 삶의 활력!
‘국가대표’ 농수산물도매시장 24시

 

글 | 김명옥, 사진 | 한승호(홍보실)

 

 

 

 

전국의 채소와 과일, 수산물을 싣고 밤길을 달려온 화물차가 모여드는 곳, 그 농수산물을 찾아 상인과 소비자들이 24시간 쉴새없이 드나드는 곳, 서울 송파구에 자리 잡은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가락시장! 1985년 청과 및 수산시장 개장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공영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 현재 5천여개 업체, 2만 여명의 유통인이 상주하고 있고, 거래금액이 하루 104억원에 이른다. 물량으로는 약 7300톤, 하루 출입 인원이 13만여명이다. 이처럼 무한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가락시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가락시장의 새벽

 

 

 

새벽 2시, 한쪽이 갑자기 소란해진다. 가까이 가보니 자두 경매를 시작하고 있다. 거래가 시작된 경매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다. 경매사의 마이크를 통해 여느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말이 울려 퍼지고 중도매인들의 손가락은 바빠진다. 날카로운 눈으로 상품을 살펴보고 버튼을 누를 때까지 십 여초, 정말 순식간이다. 경매가 끝난 농수산물이 중도매인들의 손을 거치는 순간도 잠깐, 날이 밝으면 금세 일반 소비자와 만나게 된다.


경매장 밖 주차장, 싣고 온 농산물을 풀어놓기 위해 화물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지어 서 있다. 충주농협에서 생산한 과일을 가락시장으로 운송하는 일을 하는 트럭기사 경력 20년차 허수행씨(51)도 경매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날 가져온 사과를 어서 경매장에 내려놓고 내일은 또 복숭아를 한 트럭 싣고 와야 하기에 마음이 바쁘다. 각 도매회사마다 정해진 경매시간이 다르지만 과일은 대체로 새벽 2~3시, 일부는 아침경매로 오전 8~9시에 시작한다. 채소류는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품목별로 진행된다.


가락시장의 가장 큰 기능은 경매를 통해 농산물의 표준가격을 형성해 투명한 유통질서를 세우는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가 보장되면 농민들은 마음 놓고 농사짓고 소비자들도 믿고 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도매회사 소속 경매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매전후 출하주 관리에서 출하품 점검까지 모두 그들의 몫이다.


“아직까지도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게 쉽지 않아요. 그래도 농민들에게 시세를 잘 받는 방법을 알려주고 또 경매가가 잘 나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청과시장 과일부에서 17년째 경매사로 일하고 있는 최용선 과장의 말이다.

 

 

삶의 열정과 애환이 묻어나는 곳

 

 

 

 

도매시장을 대표하는 가락시장이지만 낮에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소매시장 역할도 하고 있다. 시장 안에 없는 게 없으니 전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든다. 식자재 판매장, 건어물 종합상가, 냉동창고 및 가공처리장, 발길 머무는 곳 어디서나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농수산물이 가득 찬 공간에 신선한 활력이 넘친다. 경매장이 있는 청과·채소시장의 새벽은 늘 소란스럽고, 수산시장은 밤새 싱싱한 횟감을 찾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청과 직판시장의 새벽은 배달 물건을 포장하는 상인들의 손길이 바쁘다.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시장 한 바퀴를 다 돌았더니 없던 힘도 생기고 감기던 눈도 번쩍 떠지는 거 같다.


사람들이 모여 땀 흘려 일하며 인생을 만들어가는 곳, 비록 시설이 낡고 오래됐지만 그 속에 서민들의 삶의 애환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진정한 ‘삶의 현장’이다. 시장 이곳저곳 시끌벅적 사람 사는 재미도 느끼고 농민들 땀으로 자란 무며 배추며 그들의 노고에 감사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26년 만에 가락시장을 2018년까지 ‘친환경 명품 도매시장’으로 현대화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지난 6월 사업을 시작했다. 시설도 명품, 인심도 명품인 가락시장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해본다.

 

 

메론 맛 한번 보실래요?

출하자 김연호(53, 전북 고창)

 

 

 

 

Q. 오늘 메론 첫 출하 날이라고요?


A. 네, 첫 출하를 기념해 작목반에서 생산한 1000상자 싣고 직접 올라왔습니다. 수박농사만 20년, 메론을 같이 한지는 5년째인데 점점 맛이 나아지고 있어서
 참 뿌듯합니다. 맛 한번 보세요, 이렇게 싱싱한 메론맛은 처음이실 겁니다.

 

Q. 경매장에 직접 나와보니 어떠세요?


A. 사실은 출하를 바로 앞두고 전북에 집중호우가 내려 10%가량의 면적이 물에 잠겨서 실망이 컸죠. 오늘도 물이 무릎까지 찬 비닐하우스 속에서 30~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와 싸움하다 올라오는 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경매장와서 같이 농사짓는 사람들, 시장사람들 만나 한잔 기울이고 나니 금세 낮에 힘들었던게 잊혀지고 즐거워지네요. 힘든 일도 같이 나누니 그만큼 절반으로 줄어드나 봅니다.

 

 

출처 : 흙사랑물사랑 9월호